행동경제학은 고전 경제학이 갖고 있던 한계점을 보완하는 경제학 연구 분야이다. 행동경제학은 고전경제학과는 다른 전제 위에서 성립된다. 고전 경제학은 경제 주체가 합리적이라고 가정하였다. 경제 주체는 합리적이기 때문에 자신이 고려할 수 있는 모든 정보를 검토하고, 이를 통해 각 대안에 따르는 비용과 편익을 계산하여 최적의 선택을 내린다는 것이 고전 경제학의 가정이었다. 또한 고전 경제학은 정부의 개입은 최소화하고 민간 부문에 의해 경제가 자율적으로 움직일 때 자원이 효율적으로 배분된다고 보았다. 행동경제학은 이러한 고전 경제학의 기본 가정에 의문을 제기하였다. 행동경제학은 고전경제학과는 다른 관점에서 경제 주체를 바라보고 경제 현상을 분석하기 때문에, 경제 현실을 폭넓게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는 학문이다.
행동경제학의 핵심 개념
행동경제학의 핵심 개념은 제한된 합리성이다. 고전경제학과 달리 행동경제학에서는 경제 주체가 항상 합리적으로 사고하고 행동하지 않는다는 점을 밝혔다. 인간은 컴퓨터가 아니다. 사람이 항상 자신에게 주어진 모든 경우의 수를 고려해서 의사결정을 내린다면 하나의 결정에 들어가는 에너지 소모가 지나치게 커서 피로도가 극심해질 것이다. 또한 사람은 대개 무한정 의사결정을 미룰 수 없다. 판단을 내려야 하는 기한이 정해져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사람은 시간의 제약으로 인해 자신이 활용할 수 있는 모든 정보를 분석하기에 물리적인 한계가 따른다. 이처럼 행동경제학에서는 경제 주체가 내리는 판단이 최선이 아닐 수도 있음을 제시한다. 또한 행동경제학은 인간이 내리는 결정은 기존의 의사결정을 통해 예측할 수 있거나 합리적이지 않은 기준을 통해 결정을 내린다고 주장하는데, 이는 행동 편향이라고 불린다. 행동 편향은 인간이 감정의 영향을 받는 심리적 동물임을 강조하는 개념이다. 고전 경제학에 따르면 인간은 통계와 숫자를 통해 판단을 내리는 주체이지만, 행동경제학은 인간이 의사결정을 내릴 때 감정의 영역이 중요함을 의미한다. 행동 편향의 대표적인 예로는 손실 회피 편향이 있다. 손실 회피 편향이란 인간이 이익보다 손실을 감정적으로 더 크게 받아들임을 의미한다. 경제적 이득이 발생했을 때의 기쁨보다 경제적 손실이 가져다주는 타격이 훨씬 더 크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개인은 금융과 관련된 의사결정을 내릴 때 손실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의사결정을 내리려는 편향을 가져 비합리적인 선택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손실 회피 편향이 주는 교훈이다. 또 다른 행동 편향의 예로는 초점 편향이 있다. 초점 편향은 동일한 현상이라도 어떻게 표현하는지에 따라 개인의 인식이 달라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물에 컵이 절반이나 차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현상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인식이지만, 물에 컵이 반밖에 남아있지 않다는 사고방식은 부정적인 관점을 반영하는 것이다. 따라서 개인에게 어떠한 방식으로 정보를 제공하는지가 개인의 선택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초점 편향이 의미하는 바이다. 세 번째는 무리 속에서 이탈하고 싶지 않아 하는 인간의 본성을 표현한 개념으로, 무리 행위이다. 이는 개인의 행동 및 의사결정에 집단이 행사하는 영향이 크다는 점을 보여준다. 집단의 압력이 강하거나 공동체가 특정 방향으로 흘러가는 경향이 있는 경우, 개인은 주어진 정보를 활용하여 합리적 선택하기보다는 무리를 따라가는 선택을 내린다. 1980년대 중반부터 일본 경제에 거품이 발생하였지만, 당시에 일본에 투자한 사람들은 일본 기업 및 자산의 가치가 영원히 상승하리라 생각하며 자신들의 판단을 유지하였다. 결과적으로 1990년대에 들어서 일본 경제의 거품은 걷혀 주식 및 부동산 가격은 폭락하였고, 일본에 투자한 사람들은 막대한 손실을 얻게 되었다.
행동경제학의 성과
행동경제학의 성과는 개인의 행동 패턴을 깊게 연구했다는 점에 있다. 고전 경제학에서는 인간은 합리적이라는 간단한 전제를 바탕으로 경제 현상을 분석하였다. 그러나 현실에서 개개인의 판단이 합리적이지 않다는 점은 여러 결과를 통해 입증되었다. 행동경제학은 인간의 비합리성을 설명하기 위한 여러 개념을 제시하였다. 이를 통해 인간의 경제적 판단을 이해할 수 있는 여지는 전보다 넓어졌다. 또한 행동경제학은 인간이 의사결정을 내릴 때 심리 혹은 감정이 커다란 영향을 미침을 밝혔다. 합리성은 이성을 강조하는 개념으로, 개인이 상황에 대한 냉철한 분석과 계산을 통해 의사결정을 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행동경제학은 인간이 감정의 지배를 받아 판단을 내리기 때문에 비합리적인 선택을 한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이처럼 행동경제학은 심리학의 연구 성과를 경제학에 적절히 접목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행동경제학은 지나치게 미시적인 수준의 연구라는 점에서 비판받기도 한다. 행동경제학 연구는 개인 수준에서 일어나는 의사결정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것은 장점이기도 하지만 단점이 될 수도 있다. 개인에게 집중된 연구로 거시적인 경제 흐름을 분석하는 것은 사실상 어렵기 때문이다. 또한 개인 수준의 분석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행동경제학의 연구 성과를 일반화하는데 제한이 따른다. 연구 결과를 일반화하지 못한다는 것은 그 연구가 현실을 설명하는 정도가 작다는 것을 의미한다. 고전 경제학이 설명할 수 있는 경제활동의 현상이 훨씬 넓은 점을 고려할 때, 행동경제학의 설명력은 제한적이라고 볼 수 있다.